소설가 박이강 "IB 임원이던 내게 소설이 찾아왔죠"

입력 2023-10-11 18:46   수정 2023-10-12 00:55

소설가 박이강(사진)은 세계적인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CS) 한국법인의 커뮤니케이션 담당 이사로 일하던 ‘잘나가는’ 직장인이었다. 그런 그의 삶에 소설이 끼어들 자리는 없었다. 소설을 써보기는커녕 즐겨 읽지도 않았다. 그의 책상엔 직장생활에 도움이 되는 경영서가 항상 놓여 있었다. 박이강은 “그때는 경영서를 읽으면서 전율을 느끼곤 했다”고 말했다.

소설은 2012년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왔다. 직장생활 중 해결되지 않는 갈증과 허무에 시달리던 그는 우연히 소설 쓰기 강좌에 등록했다. 그렇게 소설가의 꿈을 꾼 지 10년. 올해 첫 소설집 <어느날 은유가 찾아왔다>를 출간하며 그 꿈을 이뤘다.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 작가는 “효율과 성과를 중시하는 IB업계와 무용하기 짝이 없는 소설의 세계를 매일 오가는 ‘이중생활’을 했다”며 웃었다.

그는 직장에서 퇴근한 뒤 다시 카페로 출근했다. 소설을 쓰기 위해서였다. 중앙일간지 신춘문예의 문을 매년 두드렸지만 고배를 마셨다. 지난해 퇴사 후 대산창작기금과 아르코 창작기금을 받고 제10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최우수상을 받으며 드디어 ‘박이강 작가’로 불리기 시작했다. 출판사 여러 곳에 투고한 끝에 첫 소설집도 나왔다. 박 작가는 “드디어 작가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 생겼다는 점이 제일 기쁘다”고 했다.

소설집에는 총 9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다. 일하는 기쁨과 슬픔, 직장을 떠나고 싶지만 또다시 돌아와 고군분투하고 마는 일상이 녹아든 작품들이다. 박 작가는 “회사원에게 회사는 단순한 밥벌이를 넘어 나를 규정하는 정체성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며 “사표 내고 회사를 박차고 나오는 사람들의 용기만큼이나 다음날 다시 출근하는 직장인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고 했다.

마지막 순서로 실린 표제작 ‘어느날 은유가 찾아왔다’는 자전 소설에 가깝다. 어느 독자는 이 대목에서 “작가의 말이 두 번 실렸다”고 평하기도 했다. 소설 속 ‘나’는 “하루하루 견디는 데 몰두하느라 충동이 멋진 추동이 되는 순간을” 잊어버린 회사원이다. 그에게 어느 날 갑자기 ‘은유’라는 인물이 찾아와 말을 걸면서 불확실하지만 가슴 뛰는 새로운 삶을 살기 시작한다. 제10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최우수상 수상작인 그의 장편소설 <안녕, 끌로이>도 최근 출간됐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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